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정신없이 일에 끌려다니는 기분이 든다. 반대로 일이 너무 없을 때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쓸데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스터디 플래너 없이 살았을 때 딱 그런 상태였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터디 플래너를 쓴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하루에 단 한 문장을 적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래서 아예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날도 많았다.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거창한 이유로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이소에 갔다가 ‘이런 것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 집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2천 원짜리 플래너가 일을 잘하기 위한 핵심 도구이자, 나의 자존감 지킴이가 되었다.
이 플래너에는 목표를 줄글로 적을 수 있는 공간과 하루를 10분 단위로 나눠보는 타임테이블이 있다. 타임테이블 덕분에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가 어떤 일에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가 눈에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위아래로 여백이 있다. 위에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작성한다. 아래에는 오늘 하루를 보낸 소감을 적는다. 그 뒤 다이소에서 산 칭찬 스티커를 꺼내 내가 해낸 일 위에 붙여준다. 별거 아닌 행동인데, 이렇게 하면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하루를 ‘버티는 사람’에서 ‘기록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기록을 하니 알게 됐다. 나는 생각보다 꽤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고 작게라도 칭찬해주니 성취감도 생겼다. 정말 느리게 기록하는 대상을 늘려나갔을 뿐인데, 가장 효과적인 변화였다. 나를 바꾼 건 거창한 계획도, 대단한 의지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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