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에러가 멜론 차트 1위를 했다.”
신인 그룹 키키의 〈404 (New Era)〉가 데뷔 352일 만에 멜론 TOP1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웹페이지에서나 보던 ‘Not Found’ 메시지가 이제는 노래 제목이 되었고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404 에러는 잘못된 URL을 입력했을 때 나타나는 메시지다. 좌표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키키는 그 ‘벗어남’을 새로운 출발로 선언한다. 우리가 찾던 좌표는 어쩌면 처음부터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지금부터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자고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404 에러가 웹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도 특별한 에러라는 사실이다.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404 에러 페이지를 단순한 오류 화면이 아닌, 사이트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가 404라는 콘셉트를 음악으로 풀어낸 방식이 낯익으면서도 새롭다. 동시에 이 곡은 하이퍼팝이라는 장르가 케이팝에 자리 잡았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이퍼팝의 매력이란
하이퍼팝(Hyperpop)은 말 그대로 ‘과잉된 대중음악’이다. 일그러진 보컬, 과장된 디지털 사운드, 그리고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험성이 특징이다.
이 장르는 쇼츠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와 특히 궁합이 좋다. 하이퍼팝은 곡의 초반부터 강한 훅을 던지고, 극단적인 사운드 변화를 통해 15~30초의 짧은 클립에서도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자연스럽게 알고리즘 환경에서 확산되기 쉬운 구조다.
또 다른 특징은 인터넷 밈 문화와의 친화성이다. 하이퍼팝은 EDM, 팝, 힙합, 게임 음악 등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으며, 때로는 장난처럼 들리는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감각은 인터넷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의 미학과도 닮아 있다.
2010년대 팝 음악이 안정적인 멜로디 구조와 깔끔한 믹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하이퍼팝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일부러 보컬을 왜곡하고, 장르의 규칙을 무너뜨리며 과잉된 디지털 감각을 드러낸다.
그래서 하이퍼팝의 인기는 단순히 ‘새로운 장르’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알고리즘 중심 플랫폼 환경과 인터넷 시대의 속도감, 그리고 정돈된 팝에 대한 반작용이 결합된 세대적 감각에 가깝다.
Y2K의 부흥
하이퍼팝의 확산과 함께 또 하나의 흐름이 떠오른다. 바로 Y2K 감성이다. The New York Times는 2025년 베스트 앨범 목록에 한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정했다. 바로 에피(Effi)의 EP 〈pullup to busan〉이다. 수록곡 〈MAKGEOLLI BANGER〉의 인트로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일렉트로닉 팝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Y2K의 감성을 소비하는 세대는 대부분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세대이다. 그들에게 Y2K는 향수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에 가깝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은 지금보다 훨씬 거칠고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번쩍이는 그래픽, 과한 색감, 장난스러운 디자인이 넘쳐났다. 이러한 미감은 오늘날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강하게 대비되며 일종의 해방감으로 느껴진다.
또한 저성장과 경제 불안이 공존하는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 2000년대 초가 지녔던 기술 낙관주의와 밝은 미래 이미지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음악 역시 이러한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https://youtu.be/sZxLJLj9o38?si=E_LRuyo7ZaXmXdu5
패션과 음악 트렌드는 보통 약 20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분석이 많다. 유행은 돌아오지만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매번 새로운 실험과 재미 요소가 더해지며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하이퍼팝 역시 그렇다. 과거의 감성을 호출하면서도 동시에 미래적인 사운드를 제시한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내면서도 다음 시대를 향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장르.
그렇다면 다음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 트렌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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