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쓰기 챌린지

말을 아끼는 것은 배려인가, 고립인가

우쥬기획 2026. 3. 12. 20:17

작년부터 회사의 인사평가 제도가 바뀌면서 팀장으로서의 어깨가 부쩍 무거워졌다. 내 손끝에서 나가는 평가 점수가 팀원들의 연봉에 직결된다는 사실은 공포에 가깝다. 나는 과연 객관적인가. 점수에 맞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가? 다양한 의문이 들었고, 항상 그랬듯이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 속의 리더는 하지 말아야 할 것투성이다. 회의에서 혼자만 말해서도 안 되고, 사적인 질문을 많이 해서도 안 되며 함부로 평가하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정작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며 그런 리더를 본 적이 없는데, 본 적도 없는 ‘유니콘 리더’가 되려니 힘이 든다. 검열관이 머릿속에 들어앉은 듯 입 밖으로 나갈 말들을 고르고 고르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에서 내 말수는 점점 줄어든다.

 

좋은 소통은 말을 잘 이끌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팀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일이지만, 정작 침묵이 길어질수록 나는 자문하게 된다. 이 조심스러운 침묵은 팀원을 향한 ‘배려’일까, 아니면 나 스스로를 가두는 ‘고립’일까?

 

성장을 위한 기회라 믿으며 판단의 권한을 팀원에게 넘겨주어도, 결국 그 유보된 판단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곤 한다. 좋은 기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알려주고 유익한 기사들을 공유해 봐도, 팀원들의 반응은 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한다는 1on1도 시작했는데 팀원들이 만족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결국 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업무는 팀원들과의 관계다. 매번 방임과 권한 부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유니콘 리더가 되는 길은 멀기만 하고,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나는 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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