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개발팀장으로부터 "앞으로 기획도 AI로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 순간이 두려워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을 기웃거렸는지도 모르겠다. 개발팀에서 애초에 기획팀 인력이 적어 기획안을 받을 수 없자 고안한 대책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씁쓸했다. 이렇게 서서히 나의 쓸모가 AI로 대체되는구나 싶다.
세상은 온통 위기론뿐이다. 전쟁으로 주가는 출렁이고, 미디어에서는 AI로 대부분의 직업이 대체될 것이니 앞으로 3년간 바짝 돈을 모아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AI에 대한 새로운 뉴스를 볼 때마다 막막해지고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마음이 흔들리니 몸도 쳐진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며칠째 근력 운동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안을 곱씹다가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AI로 치환되고, 내 기획서가 프롬프트 한 줄로 자동화되는 시대에도 결코 대체될 수 없는 '물리적 실체'가 있다는 사실을. 바로 내 몸이다.
만약 최악의 가정에서 내가 직업을 잃고 가진 것을 모두 잃는다 해도, 몸뚱아리만 건강하다면 밥 벌어 먹고 살 일을 찾아 노동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피지컬 AI가 나와서 인간의 육체적 노동마저 대신하겠지만 그래도 내 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몸과 정신이 튼튼하다면 기회는 올 것이다.
결국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미래 대비는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는 것도,
공포 섞인 영상을 탐독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운동복을 입고 덤벨을 잡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 AI와 로봇에게 넘어가고 있다면, 나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몸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불안이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일수록 우리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근육은 배신하지 않으며, 단단해진 몸은 어떤 고난과 불안 속에서도 나를 지탱할 마지막 요새가 되어줄 것이다. 자, 이제 덤벨을 들 시간이다.
'기획 > 글쓰기 챌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극적인 기사 하나가 만든 불신 (0) | 2026.03.13 |
|---|---|
| 말을 아끼는 것은 배려인가, 고립인가 (0) | 2026.03.12 |
| 10% 덜 일하기 (0) | 2026.03.10 |
|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0) | 2026.03.08 |
| 자식은 나이가 들수록 부모를 닮아간다. (0) | 2026.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