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앞 벽면에는 색이 바랜 노란색 메모가 하나 붙어 있다.
“꼭 지킬 것!
일 10% 덜하기★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정해진 시간에 밥 먹기”
접착력이 다해 몇 번이나 떨어진 것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놨다. 방 배치를 바꿔도 이 포스트잇은 늘 책상을 따라다닌다. 테이프에는 온갖 이사의 때가 묻어 있고, 자리를 옮기다 찢어졌는지 아래쪽 일부는 잘려 나간 상태다.
언제, 왜 적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정신과 몸의 건강을 위해 적어두었던 것 같다. 나는 성격이 대체로 성실한 편이라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 같은 사무실을 쓰는 다른 팀은 팀 전체가 담배를 피우러 자주 자리를 비우고, 점심 시간 이후에도 20~30분 정도 낮잠을 자기도 한다. 그에 반해 나는 급한 일이 있으면 점심시간마저 반납할 정도로 일에 몰두한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진짜 ‘일만’ 한다. 그래서 가끔 억울한 마음이 든다.
‘제발 일 좀 덜하자. 저 팀을 봐, 대부분 저렇게 일해.’라고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 성향상 10% 덜어낸다 해도 이미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오히려 나는 쉬는 시간조차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용도로 쓴다. 그럴 때면 두 나무꾼의 일화를 떠올리곤 한다.
나무꾼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쉬지도 않고 계속 나무만 벤다. 하지만 정작 결과물을 보면 쉬어가며 일한 다른 한 명이 나무를 더 많이 베어 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살펴보니, 그는 쉴 때마다 도끼날을 갈고 있었다. 날을 세우니 나무가 더 잘 베이고, 짧은 시간 일해도 생산성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나 역시 쉴 때조차 도끼를 가는 나무꾼처럼 행동한다. 업무와 관련된 뉴스나 인사이트 글을 찾아보거나 웹서핑을 한다. 그러다 보면 도끼를 가는 일처럼 업무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다. 누군가는 그게 쉬는 거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과정이 즐겁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지금까지 번아웃이 없었던 이유는 어쨌거나 내가 ‘재미있어서’인 것 같다.
그래, 내가 재밌으면 된 거지. 왜 자꾸 남과 비교하면서 ‘왜 나는 요령을 부리지 못할까’ 억울해하는 걸까.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돌이켜보면 열심히 일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인데. 1년 전의 나와 비교하면 나는 정말 많이 성장했고 연봉도 올랐다. 남들과 비교해봤자 삶의 태도가 흔들릴 뿐이지 좋아지는 게 없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린다.
메모는 보지 않으면 다시 잊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다시 노란 메모를 바라본다. 10% 덜 일하기.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밥 먹기. 나만의 일을 하기. 비교하지 말기. 그리고 오직 나의 길을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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