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쓰기 챌린지

데드라인: D-1

우쥬기획 2026. 2. 18. 07:44

오늘의 글감 : 크루즈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배가 난파되어 무인도에서 조난 상황에 처했습니다. 탑승객 100명은 모두 무사해요. 생존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요?
예) 사냥, 채집, 탐방, 주거지 건설, 요리, 무리의 리더, 리더의 조력자, 부상자 돌보기(의료), 외부와의 기술적 연락 시도(기술직), 창의 활동가(그림, 글, 기록) 등 상상력을 발휘해보아요!


D-1이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처음 무인도에 표류했을 때 나는 나만의 데드라인을 정했다. 조난되기 전 나의 취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오지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이 오지에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60일을 넘기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내가 본 프로그램 대부분의 경우는 그랬다. 물론 예외는 있었으나 남자들은 보통 초반에 의욕이 넘친다. 이것저것 도구를 만들며 생존을 낙관하지만, 곧 의욕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좌절한다. 반대로 여자들은 초반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상당한 남자들을 대신해 직접 사냥에 나서거나 침착하게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그들 역시 60일이 지나면 정신적 한계에 부딪힌다.

개인의 균열은 곧 공동체의 균열로 이어진다. 내가 더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 누군가는 하는 일 없이 식량만 소비하고 있다는 의심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그동안 99도까지 끓어올랐던 감정은 사소한 사건 하나로 폭발한다. 그런 광경을 숱하게 보아왔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데드라인을 정했다.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기 위해 100명 개개인의 성향과 스타일을 파악해야 했다.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생존을 위해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지난 59일 동안 나의 일이었다.

대학 시절, 동아리방 옆에 심리연구소가 있었다. 우연히 친해진 연구소 선생님은 어떤 조직이든 5% 정도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소시오패스 같은 문제 인물이 존재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그 수치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어디를 가든 항상 사람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셨다.

지금 내 눈에도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몇몇 보인다. 이누이트들은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사이코패스를 절벽으로 유인해 밀어버린다고 하지만, 여기서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는 없다. 나는 나를 위해서 '정말 답이 없다' 싶을 때를 대비해 봐두었던 독버섯의 위치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 버섯이 누구의 것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일이면 아마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