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디자인/장수생 탈출기

평점 1.7, ‘10분 단위’로 감시받던 블랙기업 다녔던 이야기

우주기획 2025. 12. 28. 00:26

 

 

 

안녕하세요, 유레나입니다.

 

5년이라는 긴 공백기.
남들보다 한참 늦은 시작.

 

불안함으로 가득했던 제가
어떻게 1년 만에 연봉을 약 40% 이상 올리고
‘팀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달 수 있었을까요?

 

그 과정에서 제가 겪었던
인상 깊은 장면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제 공백기를 깨주었지만
지독한 블랙기업이었던 회사에 대한 경험입니다.

 


 

1. 평점 1.7, ‘10분 단위’로 감시받던 재시작

 

5년의 공백기를 깨고 마주한 첫 현실은
연봉 2,800만 원의 웹 에이전시였습니다.

 

잡플래닛 평점 1.7점.
사람이 하도 자주 바뀌어서
6개월만 다녀도 ‘고인물’ 소리를 듣는 곳이었죠.

 

이 회사의 가장 숨 막히는 특징은
'10분 단위 스케줄러'였습니다.

기획자, 개발자 할 것 없이
모두가 10분마다 무슨 일을 했는지 적어야 했습니다.

 

대표는 그걸 분 단위로 계산해서
인건비 대비 매출을 따졌죠.

매일 오후 4~5시 사이면 어김없이 불려가
이런 ‘취조’를 당해야 했습니다.

 

"왜 이 작업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나?"

 

이 시간은 단순히 제 시간만을 의미한게 아니었어요.
기획자인 제가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 시간까지
직접 계산해서 스케줄러에 넣어야 했죠.

 

작업자들은 제가 정해둔 그 시간 안에
어떻게든 업무를 끝내야만 했습니다.

 

경험 없는 초보 기획자가
다른 직군의 개발 시간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건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2. '사람을 갈아 넣는' 에이전시의 생리

사실 이러한 감시 구조는 에이전시라는

업종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업종마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관리하는

핵심 지표는 다릅니다.

 

  • 유통업이라면 재고가 얼마나 빨리 도느냐(회전율)가 중요하고,
  • 제조업은 원재료비와 설비 효율을 따집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제작 에이전시의 핵심 비용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사람의 시간', 즉 인건비입니다.

 

에이전시는 유통하는 물건도, 

생산하는 설비도 없습니다.

오직 직원의 '시간'을 클라이언트에게 팔아

매출을 만듭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웹 에이전시는 진입 장벽이 매우 낮습니다.

특별한 독점 기술이나

거대한 설비가 없어도,

개발과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사람만 모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죠.

 

시장에 비슷한 업체가 넘쳐나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주 단가는 계속 낮아집니다.

낮아진 단가에서 이익을 남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쳐내는 것."

 

결국 이 구조 안에서

사람은 '전문가'가 아닌,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가장 비싼 소모품'이 되어버립니다.

 

10분 단위로 시간을 체크하던 그 감시는

어떻게든 소모품의 효율을 뽑아내려는

회사의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던 거죠.

 

저는 이 지옥 같은 경험을 하며

뼈져리게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내 노동력의 '시간'만 파는 에이전시에 가지 않겠다."

 

대신, 

사람이 시간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돈을 벌어다 주는

자체 솔루션(기술)이 있는 회사를 찾기로 했습니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기술력이 있는 회사여야

일하는 제가 편하고

회사가 나를 '기술을 고도화할 파트너'로

대우해 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억압당하는 기분이 들 때마다
저는 메모앱을 켜서 이런일을 당했다며

기록을 남기며 울분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어디서도

그 기록을 사용한 일은 없었어요.


잡플래닛과 같은 사이트에

후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5년의 공백을 가진 저를 믿고 뽑아준 곳,
비록 블랙이었지만 제 인생의 ‘재시작’을
가능하게 해준 곳이라는 점 때문이었죠.

 

그것이 제 나름대로 지키고 싶었던
최소한의 의리와 고마움이었어요.

 

회사는 그 와중에도 잡플래닛 평점 관리를 위해
나쁜 후기들을 지우느라 급급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봤던 게 

30개가 넘는 후기를 지우고 나서야
겨우 2.0으로 맞췄던 평점이 기억나네요.ㅎㅎ

 

 


 

 

사실 가볍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정말 짧게 다녔지만 

사건 사고가 많았어서

이것보다 더 많은 썰이 있긴 한데...

그건 나중에 천천히 풀어보기로 하고요 ㅎㅎ

 

이 지독했던 시작으로 어떻게 이직에 성공해서 1년 만에 약 40%의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는지

다음 편에서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