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에서 직장인으로 일한 지 이제 거의 4년이 되어 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장수생 탈출'을 꿈꾼다.
업무? 그건 괜찮았다.
배우면 되니까.
문제는 "말"이었다.
여전히 내가 그 시절에 매여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나는 말을 너무 못한다
정상적인 장수생 시절을 보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나는 공무원 시험을 방패삼아 히키코모리의 삶을 살았다.
고시원에서 혼자 지내며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한 날이 수두룩했다.
유일하게 내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은 식당에서 주문할 때뿐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사회로 나왔으니,
말을 잘할 리가 없었다.
쿵쾅쿵쾅, 첫 출근 날의 심장소리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이 시험을 포기하고 처음 회사에 붙었을 때다.
회사를 가기 전 1주일부터 면접 보듯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게 계속 느껴졌다. 회사를 가도 2주 동안은 지속됐다.
회사에 있는 한 내 심장 소리가 온몸에서 느껴졌다. 전화를 받을 때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애써 숨겼다.
다행히 2주를 버티니깐 심장병 같던 증상은 사라졌다.
어쩌면 나는 원래 말을 못하는 건 아닐까?
너무 오랜만에 사람들과 말하다 보니 내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 실력에 자꾸 실망을 하게 된다.
‘대학생 때도 발표할 때 떨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면서 스스로가 낯설기도 한다.
그래서 나름 스피치를 잘해보려 노력도 많이 했었다.
- 관련 책을 읽고 따라 말해보기
- 스피치 모임
- 발성 연습
- 노래 배우기
- 팟캐스트 도전(4회차까지만...)
대부분 도움이 되는 건 그 다음날까지의 자신감 정도였고,
꾸준히 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모든 것은 돈이 들어간다. 독서 제외하고는 다 돈이 상당히 들어가서 최대한 문화센터를 이용해서 저렴하게 배우려했다.
나름 다 해본 것 같다 싶었을 때도
큰 진전이 없자 결국 포기했다.
대신 생각했다.
내가 말을 못하는 건 원래 그런 것 같아. 그냥 포기하자.
말은 못해도 다른 걸 잘하면 되잖아.
그걸로 충분하다고.

근데... 쫌 는 것 같다?
포기한 지 1년쯤 됐는데,
요즘 다시 스피치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뜬금없을 수도 있는데, 유튜브에서 "사장님 귀는 당나귀"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나운서들 회사 생활 보다가
내가 다 각성했다.
괜히 아나운서들 원고를 따라 읽고,
신입 아나운서들이 혼날 때는
나도 같이 혼나는 기분으로 배운다.
한 번 보니까 알고리즘이 계속 아나운서 영상을 추천해주는데,
그게 그냥 재밌다.
특히 엄지인 아나운서의 팬이 되었다.
일에 대한 그 불타는 열정을 나도 갖고 싶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팀장급 회의 시간에 내가 좀 달라졌다.
여전히 떨리고 긴장되지만,
이제는 말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왜 말하려는지
목적을 정한다.
그 목적에 집중해서
전달할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말할 때 복식호흡으로 조금 더 실어보려고 노력한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의 나는 아니다.
그리고 그게, 요즘 내겐 꽤 큰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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