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장수생의 솔직한 회고록
나는 장수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있었다.
20대 중반에 시작해 30대 초반까지, 5년이라는 시간을 시험 준비에 쏟아붓는 동안, 내 삶은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가 시험 일정에 맞춰 흘렀고, 5년이 지나서야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이 시험을 붙잡고 있을까?"
문득 깨달았다. 내가 장수생이 된 이유는 단순히 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리고 안되는 시험에 집착해서도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 진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진정으로 깨닫고, 그 굴레에서 탈출했다. 나에게 그 탈출구는 공무원 시험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었다.
내가 장수생이 된 이유에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그 진짜 이유들을 직시한 순간, 나는 다시 취업을 준비하며 세상을 향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나의 깨달음이 누군가에게는 등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내 이야기일 뿐, 당신의 답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진실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다.
1. 시험이 다가오면 손을 놓는 습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손이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루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압박감 때문이었다.
"이번 시험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이 시험에 모든 게 달려 있어."
이런 생각이 들수록 부담이 커졌다. 그리고 그 부담을 피하려고 애써 공부를 멀리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시험장에 가면 차라리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결국, 시험이 다가올수록 더 불안했고, 더 스트레스를 받았고, 더 손을 놓았다. 그리고 또 떨어졌다. "다음엔 꼭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지만, 실패의 기억은 다음 시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2. 혼자 공부하며 고립되고, 우울해졌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는 대신 철저히 혼자 공부하는 길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휴대폰도 없앴다. 조금이라도 남들과 얘기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친구들과 비교되는 것도 싫었다. 내 페이스대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하는 공부는 점점 고립으로 이어졌다.
그때는 몰랐지만, 공부할 때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 감정도 함께 자극된다고 한다. 집중하려 애쓸수록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런데 그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결국 혼자 곱씹고, 쌓아가면서 더 깊은 우울감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순간, 내 세계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스터디를 만들어 함께 공부할 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루 공부한 진도를 공유하고, 서로 궁금한 걸 질문할 수 있는 그런 스터디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내 직렬은 특수해서 스터디를 구하기 어려울 거야’라고 단정 짓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적어도 혼자가 아니었다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취업에 대한 공포, 특히 면접 공포
"왜 그렇게 오래 시험을 붙잡고 있었어?"
시험을 포기한 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미 2년 차쯤에 시험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취업이 무서웠다. 특히, 면접이 가장 두려웠다.
"공백기에 대해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지?"
"어떻게 설명해도 부정적으로 보일 것 같은데..."
"괜히 면접 갔다가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지원 자체를 망설였다. 차라리 "아직 시험 준비 중"이라고 말하는 게 편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도전보다는, 익숙한 불안 속에 머무르는 게 차라리 덜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그게 장수의 원인이 되었다. 포기할 거였다면, 차라리 더 빨리 방향을 바꿨어야 했다.
그때는 몰랐다. "혹시 지금 포기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망설임이 내 시간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면접에 대한 공포가 장수의 진짜 이유였다
내가 이미 2년 차 때쯤 사실상 시험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긴 공백기를 길게 갖게 된 이유는 시험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취업에 대한 공포였다.
1~2점 차이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공무원 면접이 일반 기업 면접보다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공무원으로 신입으로 들어가면, 일반 기업에서 신입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계속 시험을 미뤘고, 결국 그 미뤄왔던 시간을 더 많이 허비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면접 자체가 아니었다. 면접에서 '왜 이렇게 오랫동안 쉬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공백기 질문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 때문에 나는 시험을 계속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험을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했다.
당신은 왜 장수생이 되었을까?
그 이유를 찾는다면, 탈출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나에게는 그 답이 시험을 포기하는 것이었지만, 당신의 답은 다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혹시 지금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면,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 이 길을 원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분명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충분히 잘해오고 있다.
“The best time to plant a tree was 20 years ago. The second best time is now.”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고, 두 번째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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